[국가인권위원회] 특수한 교육만 받아야 하나요? <모든 학생이 함께 배우는 교육 환경을 위하여>
- 이은지
- 202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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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는 학생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교육보조인력 확보 등 방안 마련 권고
특수한, 특별한, 보통과 구별되는 다른 것으로 대체로 희소한, 귀중한 것을 설명할 때 따라오는 말이다. 보통의 하루에 가끔 만나는 특별함은 기분 좋은 행운 같다. 그렇지만 매일 남들과 다르게, 특별하게만 살아가야 한다면...? 한 학생은 다음 진정 사건을 통해 특별하기 전에, 평범할 권리를 말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장애가 있는 학생도 비장애 학생과 함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보조인력 확보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장애를 이유로 ‘분리’되지 않고, 모든 학생이 동등한 참여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 권고는 초등학교 6학년의 자폐성 장애가 있는 라도(가명)*가 방과후 프로그램 승마교실을 신청하면서 시작되었다. 라도가 다니는 학교는 발레, 원예, 승마 등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방과후 프로그램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특별한 방과후 프로그램 중 승마교실은 없다. 비장애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승마교실은 인기가 높아, 선착순 마감 전에 빠르게 신청하는 것이 필수이다. 엄마의 빠른 클릭으로 라도는 인기 있는 승마교실의 선착순 내 신청을 완료했다. 그런데, 학교와 승마교실 운영기관은 라도가 중증 장애인인데 학교에는 재활승마지도사가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부하였다. 라도는 치료나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재활승마는 별도로 하고 있었고,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처럼 말에 앉아 승마장을 빙글빙글 도는 그 승마를 하고 싶었다.
라도의 엄마가 “라도는 1년 동안 재활승마를 하면서 다양한 성격과 크기의 말을 탄 경험이 있고, 그동안 말에서 떨어지거나 내려오려고 하는 행동은 없었다”며 적극적으로 항의하자, 학교는 라도 혼자 하는 수업시간을 별도로 개설하기로 하고, 라도의 승마를 옆에서 도와줄 2명의 추가 인력(사이드워커) 비용을 라도가 부담하도록 하였다.
학교는 라도가 지도사의 지시를 듣고 이행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이 높다며 다른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 것은 어려우니 단독 강좌 개설이 필요하고, 방과후학교 수강료는 전액 참여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으로 추가 인력 비용(사이드워커)은 라도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학교가 라도의 방과후수업 참여에 필요한 역량을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안전상의 이유와 재활승마지도사가 없다는 이유로 라도의 승마수업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방과후학교는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공간이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서로 어울리며 성장하는 소중한 기회다. 해당 승마교실은 개인별 수준에 따라 진행되는 교육으로 기획되었고, 개별 지도가 필요한 학생을 위한 별도 트랙도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장애를 이유로 학생을 분리 수업하거나 비용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한 대우라고 보았다.
더욱이, 추가 인력 배치는 단순한 배려가 아닌 정당한 편의 제공의 일환이다. 장애 학생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며, 이는 교육 기관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이번 권고는 단순히 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 근처 운동시설에서 장애인은 장애인전용 체육시설을 이용해 달라며 입장을 제한받는 진정사건이 여전히 접수되고 있고, 장애인은 무조건 특수한 교육, 체육, 문화가 필요하단 막연한 생각에서 평범한 하루를 거부당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은 모든 학생에게 열려 있어야 하고,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당국과 학교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교육보조인력 확충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함께 배우는 교육’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애가 있든 없든,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이제는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바꿔나가야 할 때다.
* 라도는, “나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아 만들어 낸 가명이다. 이 사건의 이해를 돕기 위해 라도의 마음을 추정하여 작성한 부분이 있다.
“모든 학생이 함께 배우는 교육 환경을 위하여”
글 | 박주은(장애차별조사1과)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humanrights.go.kr/webzine/webzineListAndDetail?issueNo=7611177&boardNo=7611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