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성평등한 일터,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
- 이은지
- 2025-03-25
- 40
젠더 불평등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2024년 3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2%로, OECD 평균(12.1%)을 크게 웃돈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1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2024 성별임금격차 현황 및 해소방안 실태조사) 성별임금격차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년 성별임금격차 현황 및 해소방안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필자는 연구의 심층면접을 담당하며, 다양한 여성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을 들었다. 이들이 겪은 차별과 격차의 실태를 몇 가지 사례로 소개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구청 공무원인 김지은 씨(가명)는 일·가정 양립제도가 잘 마련된 점에 감사하면서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한 이후 낮은 인사고과를 받으며 승진에서 밀려난 경험을 공유했다. 그녀가 일 가정 양립을 위해 애쓰는 동안, 후배 공무원인 남편이 먼저 승진하며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되었다. 이는 여성 노동자가 어머니가 된 후 임금과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는 모성 패널티(Motherhood Penalty)의 대표적인 사례다.
김지은씨
“남편이 ‘나는 일찍 승진했잖아’ 그렇게 자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의 희생으로 당신이 승진한 것 아니냐’고 그렇게 말을 했었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육아 휴직을 전적으로 했고 그래서 남편이 승진할 수 있었으니까요.”
금융업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박수정 씨(가명)는 조직 내에서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이 여전히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전환 평가에서 “남성 직원이 가장이기 때문에 우선 선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하다보니 ‘남성 먼저, 그 다음은 나이순’이라는 공식이 암묵적으로 작동하였다.
박수정씨
“남성 직원에게 ‘쟤는 가장이니까 급여를 더 받아도 되겠다’며 더 좋은 평가를 줘서 항의를 했었어요. 남자고 여자고 간에 열심히 일하면 진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다들 제가 진급할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못했어요. 결국 일을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 보다 그냥 남자한테 몰아서 줘서 ‘걔네를 먼저 진급시켜 놓자, 그 다음에 이제 여자들 순서를 매기자’, 이런 분위기가 됐어요.”
사진 출처 : 세계일보
금융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현정 씨(가명)는 ‘여성 상사 롤모델 부재’ 문제를 지적했다. 남성 중심 조직 문화 속에서 여성 상사가 드물고, 특히 기혼 여성 리더를 찾기 어려워 일·가정 양립을 실현한 선배를 롤모델로 삼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여성이 고위직이나 조직의 리더로 승진하는 것을 방해하는 구조적, 문화적 장애물을 의미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문제와 연결되며,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가 다음 세대에도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구조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현정 씨
“이 조직에서 오래 일했을 때 제 모습이 어떨지 떠오르는 롤모델이 없어요. 조직 생활에서 따르고 싶은 여성 선배가 있다는 것은 큰 동기부여가 되지만, 관리자급 여성 직원 자체가 적고, 있어도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자녀가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여성 노동자들은 채용부터 업무 배치, 교육, 평가, 승진 과정 전반에서 성별 격차를 경험하고 있었다. 성별에 따른 임금·수당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며,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근속기간의 차이가 벌어지거나, 모성 패널티(Motherhood Penalty)로 인해 승진과 고용 안정성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많았다. 여성 관리자가 적고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가 유지되면서, ‘여성 상사 롤모델’ 부재와 유리천장의 재생산이 지속되고 있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과제
성별임금격차는 노동시장 구조, 가부장적 문화, 가구 소득, 제도적 한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몇 가지 정책 대안을 제안한다.
첫째,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Affimative Action)의 개선 및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의 여성 고용률이 동종 업종 평균의 70% 이상이 되도록 하는 제도가 있지만, 미이행 기업에 대한 제재가 미약하고 성별 고용 및 임금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실질적인 개선을 유도하기 어렵다. 또한, 성별임금격차가 더 심각한 중소규모 사업장에도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모든 여성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일·가정 양립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 육아로 인해 노동시장 이탈이 더욱 심각하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지원책을 마련하여 모든 노동자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진 출처 : 전북투데이, 2024년 군산시아빠 육아 사진 공모전 최우수 ‘가장의 무게’
셋째,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일부 공공부문과 고소득 전문직 남성을 제외하면, 여전히 많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내 보수적인 분위기와 가구 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가 주요 원인이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촉진할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
성별임금격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문제다. 임금 차별은 기회 불평등을 초래하고 경제적 격차를 고착시켜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 성별과 관계없이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환경은 더 많은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며, 이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필수 조건이다.
글 | 우새롬(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humanrights.go.kr/webzine/webzineListAndDetail?issueNo=7611022&boardNo=76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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